바이센테니얼 맨

Bicentennial Man
크리스 콜럼버스 · 1999 · 미국
나는 영화를 굉장히 많이 본 편이다. 대학교 2~3학년 때쯤? 왓챠라는 서비스에서 내가 봤던 영화들에 대해 별점 평가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는데, 당시에 650개 정도 별점 입력을 하고 중간에 포기했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모두 영화는 아니고 일부 드라마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아직도 정확히 내가 본 영화의 전체 리스트를 알지 못한다.
바이센테니얼 맨이라는 영화를 정확히 언제 처음 봤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누군가 나에게 인생영화가 뭐야? 혹은 추천해 줄 만한 명작 영화가 있어? 라고 물어보면 항상 리스트에 올라있었던 영화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는 그냥 누가 인생영화를 물어보면 큰 고민 없이 이 영화라고 대답하곤 한다.
그래서 왜 인생영화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하기는 조금 어렵다. 이 영화에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많이 있는데, SF 장르라는 점, 영화에 수미상관적인 부분들이 나타난다는 점(나는 오마쥬나 수미상관처럼 독립된 두 장면이 이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로빈 윌리엄스의 따뜻한 연기, 감동적인 연출 등.. 물론 완벽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기본적인 개연성 문제나, 원작을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일치, 그로 인해 생기는 불편한 부분들 같은 것들.
진심으로 인생영화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인생영화라는 것은 각자의 인생에 어느 정도 큰 영향을 줬다면 그것이 인생영화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바이센테니얼 맨은 누군가가 나에게 영화에 대해 질문했을 때 항상 떠오르는 영화 중 하나였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인생영화라고 부르기에는 충분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나는 어떤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니고, 좋은 연출을 하고, 영상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은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작품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어떤 질문을 나에게 던지는가? 내가 이 작품을 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같은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동류인 로봇을 찾아 여행을 하고, 인간임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앤드류의 마음에 많이 공감을 했었던 것 같다.